2021년 1월 1일 금요일

러브앤드럭스 (Love & ohter drugs)

 앤 해서웨이는 ‘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’ 라는 영화로 영어공부를 했기 때문에, 익히 알고 있었는데, 레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 영화에서 코제트의 엄마(팡틴) 역할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- 개성있게 생긴 친구가 연기 잘하는건 알았는데, 노래도 매우 잘하네! 하고, 인상 깊게 남게 되었다.

다른 앤 해서웨이의 작품을 찾다 보던 중에 알게된, 러브 앤 드럭스(2010) 라는 영화를 방금 보았다. (포스터에 끌려서 본건 아님. 아무튼 절대 아님. ㅎㅎ)

파킨슨병을 앓고있는 매기머독(앤 해서웨이)과, 여성들에게 인기많은 제이미 랜달(제이크 질런홀)의 관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풀어낸 영화였다.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와는 많이 다른 미국식 인간관계와, 그들의 문화를 모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농담들을 자막으로 전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.  또, 남녀간의 사랑얘기이기 때문에, 베드씬은 빠질 수 없는 장면이고, 수위 높은 노출때문에 부모들과 자녀들이 함께 보기에는 어려워보인다.

어린 나이의 내가 봤다면, 앤 해서웨이는 예쁘고, 제이크 질런홀은 너무 잘생겼고, 둘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쁘게 사랑을 확인하고, 평생 함께 할것을 약속했다는 해피앤딩의 영화로, 재밌게 잘 봤다 하는 감상과, 비아그라 광고 영환가? 하고 끝났을법 하다.

하지만, 이제, 만 나이로도 속일 수 없는, 나이 앞에 5자가 확실하게 고정되는 한해를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, 만약 이런 커플이 내 눈앞에 있다면, 현실의 전쟁터를 둘이 잘 극복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축복해 줄 수 있을까? 시카고 학회?에 참석했을 때, 수십년 파킨슨병을 앓고있는 아내를 지켜온, 선배 커플 남편분의 스쳐가는 조언이 최선이라고 생각된다. - ‘호텔로 돌아가서 당장 짐 싸서 떠나라. 나도 아내를 사랑하지만,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한다.’

이럴땐 문득, 나도 세상의 때가 많이 뭍은건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. 감성보다는 논리, 이성 또는 산술적인 재산상의 문제 (미국인데, 여주인공은 의료보험도 없었다. - 우리나라 의료보험 만세..) 와 같은 복잡한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.

여주인공의 남주인공에 대한 계속된 밀어내기는,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때문에 격게 될, 앞으로 닥쳐 올, 힘들고 고될 수 밖에 없는 미래의 상황으로 힘들껄 알고, 자신이 그에게 부담이되는 상황을 만드는걸 싫어서 일것이다. 이 또한, 전형적인, 개인주의와 독립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,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보여진다.

영화속의 사건 하나 하나, 세세한 장면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풀고 싶어하는 감독의 노력이 충분히 보여지지만, 110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는 좀 부족했나보다. 대사 한마디 후, 바뀌는 다음장면이 왜 나와야 하는지 이해하는데 몇초 정도의 버퍼링이 걸리는 장면이 몇몇 있었다. 또, 앤 해서웨이의 몸 사리지 않는 과감한 노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, 잔 감정선까지 잘 표현한 세밀한 연기가 돋보여졌다. (아.. 이런 주제넘는 감상평은 이제 자제 해야겠다.) 아무튼 혼자 또는 애인과 보기에 괜찮은 영화였다.

p.s. 영어공부 더 해야겠다. 의학적인 대화 내용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. ㅜ.ㅜ